- '캄보디아판 김연아' 스롱피아비 "조국, 한국을 위해 간절하게 싸운다"
- 출처:스포츠서울|201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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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어로 질문에 답하던 스롱피아비(29)는 ‘조국 캄보디아’ 얘기에 눈시울을 붉혔다. ‘캄보디아의 김연아’ 혹은 ‘국민 영웅’으로 불리는 스롱피아비는 지난 2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끝난 세계캐롬연맹(UMB) 여자 3쿠션 선수권에 출전해 2년 연속 4강에 올라 공동 3위를 기록하며 시상대에 섰다. 지난해에 이어 대회에 참가한 선수, 관계자 중 유일한 캄보디아인인 그는 ‘최고 권위’ 세계선수권을 밟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한국과 캄보디아에 더 나은 결과를 보이지 못한 것에 속상해했다.
만 20세이던 지난 2010년 충북 청주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던 김만식(58) 씨와 국제결혼한 스롱피아비는 이듬해 우연히 남편을 따라서 당구장에 갔다가 큐를 잡았다. 재능을 눈여겨본 남편 김 씨는 피아비에게 정식으로 당구를 배워볼 것을 제안했고, 피아비는 독하게 연습하며 당구 묘미에 빠져들었다. 성장 속도도 기적에 가까웠다. 2014년부터 3년간 전국 아마추어 대회를 휩쓴 그는 2016년 1월 대한당구연맹 정식 선수로 등록, 1년 6개월 뒤인 2017년 6월 국내 랭킹 1위에 올랐다. 다만 국제대회에 나가기까지 긴 터널을 빠져나와야 했다. UMB 주관 대회에 나가려면 자국에 해당 종목 연맹이 존재해야 하는데, 캄보디아는 스롱피아비의 존재가 알려지기 전까지 당구 종목이 생소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에서 스타로 발돋움하며 국위 선양하는 피아비를 위해 지난해 6월 총리 주도로 캄보디아캐롬연맹을 창설했다. 결국 지난해 꿈에 그리던 세계선수권을 처음 밟았고 4강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는 두 번째 출전이었다. 예기치 않게 비자 발급부터 또 문제가 생겼다. 스페인 정부에서 일부 개발도상국에 대한 비자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하면서 피아비의 발렌시아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러나 캄보디아 뿐 아니라 피아비의 상황을 인지한 국내 여러 당구인 등이 관련 기관에 협조를 구했고 대회를 앞두고 극적으로 비자를 얻었다. 어느 때보자 간절하게 큐를 든 그는 예선 B조에서 2전 전승, 1위를 기록하며 16강에 올랐고, 요크 브루어(네덜란드)와 에스텔라 카르도소(스페인)를 연달아 꺾으면서 파죽지세로 4강까지 올랐다. 내심 첫 결승 진출을 꿈꿨는데 세계 1위 클롬펜하우어의 벽을 넘진 못했다. 29이닝 승부 끝에 14-30으로 패했다. 피아비는 4강전에서 원하는 대로 샷이 나오지 않자 대회장 천장을 바라보며 크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피아비는 “내가 못 치는 게 아닌데 왜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인데 슬픈 감정이 교차했다. 부끄럽기도 했다. 클롬펜하우어가 (어느 순간에도) 냉정하게 치는 것을 보고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겼다”고 했다.
스롱피아비는 “캄보디아 대표로 세계 무대에 출전하기에 마음가짐이 다르다.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연습할 때 잘했던 게 (부담을 느끼면서) 실전에서는 잘 발휘가 되지 않은 것 같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당구는 자신만의 리듬이 중요하다. 한국 당구장에서 경기할 땐 나만의 감각을 믿고 바로바로 샷을 하는 스타일이다. 국제무대에서는 40초 룰이 있다. 내 리듬대로 치면 잘 맞을 공인데 순간 ‘넉넉하게 시간이 주어지니 더 생각할 수 있겠구나’라고 여긴다. 불필요한 생각이 많아져서 실수가 나오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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