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는 주인공에게 집중되지만 그 과정을 이끌어내며 도와주는 조연의 영양가는 주인공 못지 않다. 두산 외야수 김인태가 그런 존재다. 외야 백업선수로 주로 대타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만 ‘원샷 원킬’ 킬러 본능을 과시하며 단 한 방으로 승리의 추를 두산쪽으로 돌려놓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도 9회 대타로 나와 외야 희생플라이로 동점 타점을 올리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두산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KS 2차전에서 3-5로 뒤진 9회말 키움 구원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허경민의 안타와 오재원의 2루타로 무사 2,3루의 찬스를 잡은 뒤 김재호의 적시타로 4-5 한 점차로 추격했다.계속된 무사 1,3루에서 두산 김태형 감독은 포수 이흥련 대신 김인태를 대타로 내세웠다. 시즌 후반 승부처마다 영양가 만점 활약을 펼친 그의 상승세를 믿고 기용한 것. 김인태는 벤치의 기대에 화답해 좌측에 큼지막한 희생플라이를 날려 5-5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무사 2루에서 다음타자 박건우가 끝내기 중전안타를 쳐 두산은 이틀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끝내기 안타를 친 박건우는 “부담도 됐지만 (김)인태가 동점타를 쳐줘 내가 못 쳐도 연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승부처 고비에서 김인태의 동점타는 영양가 만점이었던 것. 그러고 보니 김인태는 정규시즌 마지막날 두산이 우승을 확정지을 때도 비슷한 역할을 했다. 10월 1일 NC와의 경기에서 4-5로 뒤진 8회말 2사 1루서 이유찬 타석에 대타로 등장해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를 쳐 5-5 동점을 만들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NC에 끌려가던 경기를 그의 동점타로 분위기를 전환시켰고, 9회말 박세혁의 끝내기 안타의 밑바탕이 됐다. 두 경기 모두 스포트라이트는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 박건우와 박세혁에게 집중됐지만 그 밑바탕엔 대타 김인태의 천금같은 동점타가 있었다.

김인태는 올시즌 고작 26경기에서 60타수 14안타 타율 0.233을 기록했다. 언뜻 보기에 신통치 않아 보이는 성적이지만 대타로 나와 올린 성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시즌 후반 SK와의 더블헤더, LG, NC 전 등 중요한 승부처에서 안타를 생산했다. 그 덕분에 2013년 입단 후 처음으로 KS 엔트리에 승선해 달궈진 방망이를 마음껏 뽐내고 있다.

김인태는 “어떻게 칠까만 생각하느라 떨리는지도 몰랐다”며 말했다. 소중한 한 타석에 얼마나 강한 집중력을 보이는지 알 수 있다. TV로만 보던 가을잔치에 이젠 어엿이 주인공으로 우뚝 서 있는 김인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