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키움의 야심찬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26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4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11로 패했다. 시리즈 4전 4패. 쉼 없이 달려왔던 영웅들의 2019시즌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한 끗이 부족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차례로 격파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지만, 차곡차곡 쌓인 피로 탓인지 결정적인 순간 힘을 쓰지 못했다. 또 한 번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키움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승자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부터 우러나는 아쉬움을 완전히 떨쳐내긴 어려웠다. 그동안 최선을 다한 서로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며 다독이면서도, 밝게 웃진 못했다. 이정후는 “아쉽다는 생각밖에는 안 난다”면서 “선수가 항상 완벽한 플레이만을 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질 줄 몰랐다.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지금의 감정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주장’ 김상수는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김상수는 “너무도 아쉽다. 준비한 것들이 마지막에 잘 나오지 않은 것 같다”면서 “두산이 강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강팀이 되려면, 단기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수들도 잘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상수는 “계속 큰 경기를 치르며 올라왔는데,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것들이 한국시리즈에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고 돌아봤다.

한 목소리로 ‘내 탓이오’, ‘네 덕이요’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상수는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많았다. 내가 더 좋은 결과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자책하면서도 동료들을 향해선 “선수들의 하고자 하는 열정이 좋았다. 무엇보다 올해는 불펜 투수들이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나 역시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다음 시즌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기간 중 과도한 ‘트래쉬 토크’로 엄중경고를 받은 송성문과 관련해서도 “특별히 심적으로 더 미안한 마음이 크다. 더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게 선배로서의 마음”이라고 감싸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