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홍수환 "파나마서 만난 두란, 기적 봤다고 하더군요"
출처:연합뉴스|2020-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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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싱의 전설과 세계 복싱의 전설이 만났다.

지난 24일 연락이 닿은 홍수환(70)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의 목소리에서는 1월 파나마에서 로베르토 두란(69)을 만났을 때의 흥분과 감격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홍 회장이 두란을 만난 건 1월 5일이디. 하지만 둘의 인연은 1977년 11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 회장이 ‘4전 5기 신화‘를 썼던 바로 그날이다.

홍 회장은 당시 파나마의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파나마의 엑토르 카라스키야(60)와 격돌했다.

당시 11전 11승 11KO를 구가하던 카라스키야는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렸다. 홍수환을 꺾었다면 주니어페더급 역대 최연소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다.

카라스키야는 2라운드에서만 4차례나 다운을 빼앗아냈으나 홍수환은 놀라운 투지로 일어서고 또 일어섰다.

홍수환은 3라운드에서 회심의 왼손 레프트 훅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고 기적과 같은 KO승을 거뒀다.

한국 스포츠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로 꼽히는 ‘4전 5기‘ 신화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파나마의 ‘돌주먹‘ 두란이 그 경기를 관전했다.

홍수환의 투지에 매료된 두란은 직접 호텔에 찾아가 축하해줬다. 경황이 없었던 홍수환은 기념사진 한 장을 찍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그런데 그 아쉬움을 이번에 속 시원하게 풀었다.

후배의 초청으로 지난해 12월 28일 코스타리카를 방문한 홍 회장은 이웃 나라인 파나마로 건너가서 카라스키야에 이어 두란까지 만났다.

홍 회장은 "두란이 예약 없이 방문했는데도 기뻐하면서 맞아줬다"며 "그 경기를 기억하니까 날 만나준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란은 그날 아내와 함께 홍수환과 카라스키야의 경기를 관전했다고 한다.

홍수환이 4번 쓰러지는 걸 보고 일어서려고 했는데, 바로 그 순간 홍수환이 언제 그랬냐는 듯 카라스키야를 몰아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홍 회장은 "두란이 ‘정말로 기적적인 시합을 봤다‘고 그때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더라"며 "나는 두란에게 비하면 명함도 못 내미는 수준인데, 날 잊지 않고 있어서 무척 고마웠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1970∼1980년대 프로복싱 4체급을 석권한 두란은 파나마 운하보다 더 유명하다고 말할 정도로 세계적인 복서다.

복싱 역사상 전 체급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선수를 꼽는 설문에서 지금까지도 톱 10에 빠짐없이 든다.

홍 회장에게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는 멕시코시티에서 이뤄진 ‘숙명의 라이벌‘ 알폰소 사모라(66)와의 만남이었다.

사모라는 홍 회장의 복싱 인생에서 유일하게 2패를 안긴 장본인이다.

홍 회장은 "원수를 만나서 회한을 풀고 왔다"며 웃으며 말한 뒤 "사모라도 자기가 2번 대결한 선수는 홍수환밖에 없다며 웃더라"고 전했다.

그는 "사모라의 손자가 멕시코 아마추어 복싱 대표라고 하더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다"며 감상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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