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자신의 루틴대로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11일(이하 한국시간) 홈구장인 미국 플로리다주 더니든의 TD볼파크에서 열린 청백전에 나섰다. 포수 알레한드로 커크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3이닝 동안 50개의 공을 던졌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 보 비셋, 마커스 시미언,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랜달 그리칙 등 팀 주축 타자들과 상대했다. 예정된 투구 수를 맞추기 위해 마운드에서 내려온 뒤 불펜에서 추가로 15구를 피칭했다.

토론토는 이날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시범경기를 치렀다. 류현진은 원정길에 나서는 대신 청백전을 택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팀 내 입지가 확실하다. 일찌감치 1선발로 분류된다. 굳이 무엇인가를 보여주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자신의 페이스대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류현진은 “남은 캠프 기간 동안 (투구 수를) 100개까지 올려야 한다. 이닝도 6~7이닝 가능한 컨디션을 만들어야 좋을 것 같다. 준비는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볼티모어는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팀이다. 자주 맞붙는 팀인 만큼 최대한 정보를 오픈하지 않는 게 낫다. 류현진 역시 “많이 붙는 팀에 다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상황에 따라 나갈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선 보여줄 필요가 전혀 없다. 나도, 상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스프링캠프 때는 투구 개수와 이닝을 늘려가는 데 초점을 둔다”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ML)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개막이 7월로 미뤄졌으며 규모도 팀당 60경기로 축소됐다. 준비하는 선수들도 애로사항이 많았다. 류현진은 “지난해엔 준비하는 기간도 달랐고 중단되기도 했기 때문에 준비가 어려웠다. 제구 또한 완벽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말과는 달리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라는 호성적을 남기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투표 3위에 올랐다. 올해는 상황이 훨씬 나아졌다. 좀 더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 듯하다. 류현진은 “특별한 변수 없는 한 잘 준비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