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 땐 방출, 마흔 살엔 올스타...‘리빙 레전드’의 야구
- 출처:한겨레|2024-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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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2024 올스타전 MVP 등극

“후배들이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면 좋겠습니다.”
2024 ‘미스터 올스타’로 등극한 최형우(40·KIA 타이거즈)는 ‘역대 최고령’ 타이틀을 따낸 소감을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40살6개월20일 나이로 그동안 이병규(LG 트윈스·36살8개월28일)가 가지고 있던 기록을 4년 가까이 늘렸다. 마흔살까지 현역인 선수, 이중 올스타전에 초대 받는 선수는 드물어 당분간 최형우의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형우는 6일 인천 에스에스지(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올스타전에서 나눔 지명타자로 나서 2회초 첫 타석에서부터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타석에 서기 전 딸에게 헬멧을, 아들에게는 배트를 넘겨받은 그는 초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담장을 넘겼다. 그는 이날 4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나눔 올스타(KIA·LG·NC· 한화·키움)는 그의 활약 덕에 드림 올스타(두산·삼성·SSG·KT·롯데)를 4-2로 꺾었다.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최형우의 대답에는 자신의 프로 생활이 그대로 녹아 들어있다. 그는 올 시즌에도 KBO리그 여러 통산 기록을 갈아치우는 베테랑이자 리빙 레전드로 평가받지만, 프로 데뷔는 화려하지 않았다. 2002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삼성에 입단했으나 4년간 1군에서 단 6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2005시즌이 끝난 뒤에는 방출이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이후 경찰야구단(현재 해체)에서 절치부심하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그리고 전역한 뒤 다시 삼성 유니폼을 입고 2008년 스물다섯 나이에 늦깎이 신인상을 받았다.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매 경기 타점을 쌓아나갔고, 2016시즌이 끝난 뒤에는 자유계약(FA)선수 100억원 시대를 열며 기아로 옮긴 뒤 KBO리그 최초 통산 1500타점을 넘어섰다.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해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해 11월 엠엘비(MLB)닷컴과 한 인터뷰에서 최형우는 자신의 드라마틱한 야구 인생을 놓고 이렇게 평가했다. 눈물 겨운 신인 시절을 여전히 가슴에 품고 있기에 소속팀에서도 후배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고참으로 꼽힌다.
올해 최형우는 누구도 닿지 못한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금까지 리그 최다 타점(1615점), 2루타(509개), 루타(4077)를 쓸어담았다. 올 시즌 전반기에만 73타점을 기록해 해당 부문 1위를 달리고 있어 후반기에도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역대 최고령 타점왕 타이틀도 거머쥐게 된다.
신기록이 나올 때마다 “기록에는 관심 없다”고 말해왔지만, 별들의 축제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되자 이번에는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서는 “솔직히 처음에 올 때 나이가 많아서 민망한 기분으로 왔다”면서도 “아직 엠브이피를 받아본 적이 없어서 잘하고 싶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팀으로도 전반기 순위만 보면 완벽하다. 후반기에도 잘 끝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후반기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7년 만에 전반기를 1위로 마친 기아는 9일부터 2위 엘지를 상대로 후반기 첫 3연전을 치른다. 기아와 엘지는 3.5경기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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