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국가 부른' 린샤오쥔, 한국의 '대형 병역브로커' 역할도 했다…4명이 특례 받아→9일 박지원과 다관왕 다툼
- 출처:엑스포츠뉴스|202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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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귀화, 한국의 올림픽 영웅에서 중국 쇼트트랙의 도전자로 변신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뜻하기 않게 한국 선수들의 ‘병역 브로커‘가 됐다.
홈 링크에서 어이 없이 넘어진 그의 플레이가 결과적으로 한국 대표 선수들의 무더기 병역 특례로 이어졌다.
한국 쇼트트랙에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주인공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7년 뒤 중국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새 조국에 쇼트트랙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아울러 같은 날 자신의 첫 종목이었던 혼성 계주 2000m에서 레이스 막판 넘어져 옛 조국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는 역할도 했다.
린샤오쥔은 8일(한국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41초15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한국 국가대표인 박지원(41초398)과 장성우(41초442)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며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이날 결승전은 선수단 충돌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승엔 박지원, 장성우, 김태성 등 한국 선수 3명, 린샤오쥔과 쑨룽 등 중국 선수 2명이 올라 한·중전으로 치러졌다. 첫 레이스에선 가장 안쪽인 스타트 포지션 1번 김태성과 2번 쑨룽이 첫 코너를 돌 때 서로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넘어졌다. 규정에 의해 재경기가 선언됐다.
두 번째 레이스에선 두 차례나 충돌이 일어난 끝에 5명 중 4명이 넘어져 역시 재경기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김태성이 페널티를 받고 결승 레이스를 참가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두 명씩 4명이 111.11m 링크를 4바퀴 반 도는 레이스에서 엎치락뒤치락 명승부가 펼쳐졌다. 스타트가 좋은 쑨룽이 치고 나사면서 린샤오쥔이 그 뒤를 쫓아갔으나 쑨룽이 두 바퀴를 돌고 뒤로 밀렸고 박지원이 선두로 뛰쳐 나왔다.
하지만 결승선 한 바퀴를 남겨놓고 린샤오쥔이 인코스를 절묘하게 파고 들어 박지원을 제쳤다.
린샤오쥔이 결국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린샤오쥔은 오른손을 불끈 쥐며 결승선을 통과하고 우승 기쁨을 만끽하더니 중국 대표팀을 지도하는 전재수 코치에게 달려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중국 대표로 활동한지 어느 덧 3년 차가 됐지만 국제종합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보니 감회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과 장성우도 엎드려 울고 있는 린샤오쥔에게 다가가 등을 두들기며 축하를 전했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에서 홈링크 중국 선수들 중 가장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이날도 중국 관중은 린샤오쥔을 향해 쩌렁쩌렁한 ‘짜요(加油·힘내라)‘를 외치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그는 아시안게임 직전 "중국을 위해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는데 일단 금메달 하나는 목에 걸었다.
린샤오쥔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이튿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하며 당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역사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듬해 대표팀 훈련 도중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고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뒤 중국으로 가 훈련에 임했다. 결국 귀화까지 했다.
린샤오쥔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대법원까지 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빙상연맹 징계와 법정 소송 과정에서 억울하다고 판단한 듯 한국을 등지고 중국으로 갔다. 2020년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대표 시절 초기엔 부상 등으로 고전했으나 단거리 500m에서 두각을 나타내더니 지난해 3월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벌어진 2024 ISU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500m 우승을 차지해 개인 종목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랐다. 임효준은 같은 대회에서 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까지 석권하며 3관왕이 되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사실 린샤오쥔은 8일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앞서 열린 혼성계주 2000m에서 중국대표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가 결승선 한 바퀴 반을 앞둔 곡선 주로에서 블록을 밟고 넘어져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1등 도우미가 됐기 때문이다.
린샤오쥔이 넘어진 것 하나로 한국 남자 선수 4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안게임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 대상자가 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한국 선수 중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올해 안에 현역병으로 입대, 내년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린샤오쥔이 옛 조국 선수들에게도 큰 선물을 한 셈이 됐다.

린샤오쥔은 이어 벌어진 남자 1500m 결승에선 동갑내기 박지원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결국 주종목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안게임 전 "중국을 위해 금메달을 따겠다"던 그는 자신의 우승으로 ‘의용군 행진곡‘이 나오자 입을 벌려 크게 부른 뒤 미소를 되찾았다.
대회 전에도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번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메달 순위 1~2위를 다투는 한국과 중국을 모두 아우르는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임이 드러났다.
린샤오쥔은 박지원과 9일 다관왕 경쟁을 펼친다. 남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 연이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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