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력이 선입견 깼다…“100m 9초대 벽도 부숴야죠”
- 출처:중앙일보|2025-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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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육상 국가대표 남자 400m 계주팀은 지난 10일 개막한 광저우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대회에서 한국기록을 연일 갈아치웠다. 10일 예선에서 38초56, 11일 패자부활전에서 38초51 등 이틀 연속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앞서 계주팀은 지난해 38초68를 뛰어 10년 묵은 한국기록을 0.17초 단축했다.
1년여 만에 세 차례나 한국기록을 새로 쓴 계주팀의 평균 나이는 22살. 직전보다 5살 젊어진 계주팀의 중심에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 태생’의 나마디 조엘진(19·예천군청)이 있다. 성씨(나마디)는 아버지를 따랐고, 이름은 어머니 뜻에 따라 천주교 영세명(조엘)에 ‘보배’라는 뜻의 한자 ‘진(珍)’을 붙였다.
조엘진은 지난달 열린 육상 100m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기존 대표선수 선배들을 모두 제쳤다. 고교 졸업 후 처음 출전한 첫 성인대회에서 그는 폭발적 스피드로 10초41 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자신이 세운 고등부 최고기록(10초30)에 못 미쳤는데도 올해 가장 빠른 기록이다. 그렇게 그는 육상을 시작할 때부터 목표였던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국가대표’의 의미가 조엘진에게는 남다르다. 그는 “그날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해 ‘나 해냈어’라고 말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더라. 뒷바라지해준 엄마한테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 곽해경(47)씨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인데, 외모 때문에 맘고생을 했다. ‘아버지가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말에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 그때마다 ‘국가대표가 되고 성적을 내면 사람들이 인정하고 편견도 없어질 것’이라고 다독였다”고 돌이켰다. 부모 모두 평범한 직장인이다.
조엘진은 한국 육상의 꿈인 ‘100m 9초대’에 가장 근접한 선수다. 키 1m86㎝에 몸무게 81㎏으로 체격도 좋다. 특히 단거리에 최적화한 근육을 가졌다. 하경수 단거리 대표팀 감독은 “근육의 질이 다르다. 차고 나가는 힘이 좋고, 그래서 후반에 폭발적인 스피드를 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느린 스타트가 단점인데, 자연스럽게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버지는 초·중·고 때 육상과 축구를 했고, 어머니도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다.
치킨·콜라를 좋아하고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조엘진은 딱 그 나잇대의 평범한 한국 소년이다. 어릴 때 아역 탤런트로 TV 드라마에 출연한 적도 있다. 수줍음이 많아 훈련 뒤에는 혼자 조용히 있는 편이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과감하다. 세계적인 단거리 톱 랭커들이 즐비했던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자신 있게 달렸다. 하 감독은 “걱정했는데 의외로 ‘쫄지’ 않고 뛰더라. 그런 점에서 한국 단거리의 장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조엘진의 목표는 한국 남자 단거리의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다. 특히 100m. 현재 남자 100m 한국기록은 2017년 김국영(34)의 10초07이다. 그는 “단거리 선수의 피크가 25~26세라고 하는데, 앞으로 6~7년 남았다. 그 안에 신기록도 세우고,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9초대에 진입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앞으로 더 잘 뛰어서 엄마한테 더 잘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7일 경북 구미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서 남자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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