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삐약이‘신유빈(21·대한항공·세계 10위)이 ‘중국 톱랭커 출신 에이스‘ 주율링의 벽에 막혔다.

신유빈은 11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오를레앙아레나에서 펼쳐진 여자단식 8강에서 난적 주율링(세계 14위)과 뜨거운 승부를 펼쳤지만 게임스코어 1대4로 석패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 64강에서 복식 파트너로 나선 홍콩 에이스 두호이켐을 풀게임 접전 끝에 3대2로 꺾으며 32강에 올랐고, 32강에서 ‘일본 베테랑‘ 히라노 미우를 3대0으로 가볍게 돌려세우며 16강에 올랐다. ‘일본 신동‘ 출신 ‘세계 7위 대세‘ 오도 사츠키와의 16강전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먼저 2게임을 내주고 3게임 매치포인트까지 내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듀스 게임을 잡아낸 후 내리 3게임을 따내는 눈부신 뒷심으로 저력을 보여줬다. 대역전 드라마, 게임스코어 3대2(14-16, 9-11, 12-10, 11-9, 11-5)로 승리하며 대한민국 남녀 선수 중 유일하게 8강에 이름을 올렸다. 내친 김에 스매시 사상 첫 4강 포디움을 노렸다.

8강전 상대는 ‘세계 2위‘ 중국 왕만유를 꺾고 올라온 주율링이었다. 주니어 세계 챔피언 출신으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여자복식 금메달리스트인 주율링은 한때 세계 1위도 찍었던 중국 대표 에이스. 그러나 2021년 양성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고 4년여의 공백기 후 지난해 마카오로 귀화한 후 이번 대회 중국이 자랑하는 톱랭커 왕만유를 돌려세우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사실상 ‘만리장성‘ ‘30세 베테랑‘ 주율링과의 첫 맞대결, 신유빈은 물러서지 않았다.

1게임 주율링의 낯선 구질, 회전 많은 볼에 흔들리며 4-11로 내줬지만 2게임 신유빈이 주율링의 볼에 영리하게 적응하며 랠리를 버텨냈다. 5-5, 6-6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다 9-11로 내줬다.

매게임 신유빈은 변화하고 성장했다. 3게임은 대접전이자 승부처였다. 신유빈은 빠르고 강력한 선제 공격으로 주율링에게 정면승부했다. 강력한 포어드라이브가 잇달아 작렬하며 5-3, 6-4 우위를 잡았으나 랠리에서 한끗차로 밀리며 7-7, 8-8 동점이 이어졌다. 이번 대회 수많은 이변의 요인으로 지목됐던 테이블의 반발력 탓인지 리시브를 잘하고도 테이블 밖으로 길게 떨어지는 볼이 많았다. 신유빈의 야심찬 포어드라이브가 잇달아 벗어나며 8-10까지 밀렸지만 신유빈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붙었다. 서브 포인트를 연거푸 잡아내며 10-10, 듀스게임에 돌입했다. 게임포인트를 서로 주고받는 피말리는 일진일퇴의 승부 끝에 신유빈이 12-14, 아쉽게 패했다.

듀스게임을 놓친 직후 4게임, 주율링의 스타일에 폭풍적응한 신유빈이 마침내 승기를 잡았다. 5-5 상황에서 주세혁 감독의 타임아웃 직후 신유빈이 내리 4득점했다. 9-5까지 앞서나가더니 11-8로 잡아냈다.어제의 역전 드라마가 떠오르는 분위기. 5게임도 신유빈은 강공으로 나섰다. 5-3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주율링의 까다로운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더니 5-6, 역전을 허용했고 신유빈의 백핸드 드라이브가 테이블을 벗어나며 5-8까지 밀렸다. 7-8까지 추격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결국 8-11로 5게임을 내줬다. 게임스코어 1대4. 여자단식에서 4강행, 포디움을 열망하며 나홀로 분투했던 신유빈이 8강에서 멈춰섰다. 중국 톱랭커를 상대로 전패했던 신유빈이 승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갔던 경기였다. 중국 출신 톱랭커를 상대로 가장 팽팽한 승부를 보여줬고, 3게임을 잡았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도 있었던 43분의 혈투였기에 아쉬움이 더욱 컸다.

신유빈은 단식의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날 펼쳐질 혼합복식 결승에서 ‘왼손 파트너‘ 임종훈과 WTT시리즈 3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이번에도 만리장성을 넘어야 한다. 중국 에이스조 린시동-콰이만과 우승을 다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