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LA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큰 기여를 했던 오른손 투수 워커 뷸러(31)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1일 “뷸러가 필라델피아의 트리플A팀 레이 밸리와 계약했다”며 “필라델피아는 뷸러를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2015년 다저스의 1라운드 지명자인 뷸러는 2017년 메이저리그(MLB)에 데뷔했다. 2018년 내셔널리그(NL) 신인왕 투표에서 3위에 오른 뷸러는 2019년 14승(4패) 평균자책점 3.26, 2021년 16승(4패) 평균자책점 2.47을 기록하며 하향세의 클레이튼 커쇼를 제치고 다저스 선발진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2022년 토미 존 수술을 받고 시즌 아웃, 2023년까지 통째로 쉬었고, 지난해 5월 복귀했지만 1승6패 평균자책점 5.38로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고관절 염증으로 장기간 이탈하는 등 건강에 의문부호를 드러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 들어가서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특히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는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고, 우승이 결정됐던 5차전에서는 7-6으로 앞선 9회에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따내며 다저스의 우승을 자신의 손으로 확정지었다.

뷸러는 월드시리즈의 영웅이 됐지만,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 다저스는 FA가 된 뷸러에게 냉정한 모습을 보였다. 장기 계약을 희망하는 뷸러와 달리 다저스는 부상이 잦았던 투수에게 거액을 투자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뷸러는 마운드 보강에 나선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명문 보스턴과 1년 단기 계약을 맺고 다저스를 떠났다. 그리고 보스턴과 1년 2105만 달러(약 285억원)에 계약하며 FA 재수에 나섰다. 하지만 뷸러는 보스턴에서 재기에 실패했다. 7승7패 평균자책점 5.45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결국 지난달 말 방출됐다.

필라델피아는 79승57패로 NL 동부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어 올해 포스트시즌에 나갈 것이 유력하다. 하지만 에이스 잭 휠러가 어깨 혈전 증상으로 이탈, 이번 시즌 내 복귀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비록 보스턴에서는 부진했지만, 뷸러는 MLB 통산 54승29패 평균자책점 3.56을 기록했고 포스트시즌에서도 호투한 만큼 재기만 잘한다면 필라델피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