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가 마침내 꿈의 무대에 오른다. 인구 약 52만 명의 작은 섬나라가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카보베르데는 14일(한국시간) 수도 프라이아의 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북중미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D조 최종전에서 에스와티니를 3-0으로 완파했다. 후반전에만 다일론 리브라멘토, 윌리 세메두, 그리고 37세 베테랑 스토피라가 연속골을 터뜨리며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카보베르데는 승점 19(6승1무1패)로 조 1위를 확정하면서 2026북중미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카메룬(승점 15), 앙골라, 리비아 등을 제치고 당당히 조 선두를 차지했다.

카보베르데는 지난해 9월 카메룬 원정에서 1-4로 완패하며 한때 주춤했지만, 이후 꾸준한 조직력과 끈질긴 경기 운영으로 흐름을 되살렸다. 특히 지난달 홈에서 카메룬을 1-0으로 잡은 경기가 결정적이었다.

이날 승리로 카보베르데는 역대 월드컵 본선에 오른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인구 기준)라는 기록도 썼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 진출했던 아이슬란드(약 33만 명)에 이어 두 번째다.

대표팀은 유럽 각지에서 활약 중인 이민 2세, 3세 선수들을 적극 영입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현재 스페인 비야레알의 수비수 로간 코스타가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유일한 카보베르데 국적 선수다. 주장 라이언 멘데스(터키 코자엘리스포르)는 A매치 85경기에서 21골을 기록한 팀의 상징적인 존재이며, 한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던 베베도 스페인 이비사(3부리그)에서 대표팀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휘봉을 잡고 있는 부비스타 감독은 “우리는 단지 축구팀이 아니라, 전 세계 카보베르데인들의 희망”이라며 본선 진출 소감을 밝혔다.

작은 섬나라의 기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카보베르데는 최근 7번의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중 4차례 본선에 올랐고, 2013년과 2023년에는 8강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월드컵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무대다. 아프리카의 전통 강호 카메룬, 나이지리아가 탈락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카보베르데는 쾌거를 이뤘다.